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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로정보

[교육정책] 코로나 1학기, 심화된 교육 양극화

분류
교육정책
등록일

코로나 1학기, 심화된 교육 양극화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 1학기, 심화된 교육 양극화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대세가 된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경우 1학기에 전례 없는 전국단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마트 기기 보급이나 인터넷 확충 면에서 IT강국 다운 선제 대응이 빛났다는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주어진 가정 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와 보육 격차가 여실히 드러났고, 간극을 좁힐 대안마저 현장과 온도차를 보이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학기 초·중·고교 원격수업 출석률은 코로나 국면에서 전국 평균 9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기기가 없어서 온라인 수업을 듣지 못한 경우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로 급하게 진행된 원격수업이지만 스마트 기기 보급 등으로 전국 초·중·고교 온라인 수업은 무난히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가정 환경, 특히 경제력에 따라 '교육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중·고교 교사 2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선 '원격수업 효과가 등교수업의 20~50%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이 39%에 달했다. '20% 미만'(10.6%)까지 더하면 교사 절반은 원격수업이 대면수업보다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거의 동일하다고 답한 교사는 1.8%에 불과했다.


이는 사례로도 여실히 드러났다.


초·중·고교 여름방학을 맞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인근 호텔방이나 오피스텔을 빌려 소수 정예 고액과외를 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1학기에 등교하지 못한 날이 많아 부족한 학업을 만회하겠다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합숙 과외까지 받고 있다. 대치동 A학원에서 운영 중인 호텔 연계 고교 특강반은 수업료가 3주에 190만 원에 달한다. 학부모 부담인 4성급 호텔비 88만 원과 교재비 15만 원은 별도다.


학원 관계자는 "그룹당 10명 내외로 국어·영어·수학·탐구 과목별로 전담 강사가 있고, 24시간 학생들의 생활과 자습까지 관리해 주는 사감이 상주해 있다"며 "성적 커트라인을 두고 학생을 받을 정도로 올해 인기가 있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부산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윤기(가명)는 80대인 조부 밑에서 생활하고 있다. 1학기 온라인 수업은 학교에서 정해 준 비대면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루 종일 거의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학교 선생님이 내준 과제도 밀리기 일쑤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아버지는 연로해 원격수업을 도와줄 수 없고, 학원도 갈 형편이 안 돼 1학기 내내 거의 집에만 있었다.


학교 현장선 "중위권이 무너졌다"


1학기 원격수업의 시범 무대가 끝나고, 학교 현장은 2학기 대면수업과 온라인수업을 결합한 본무대 준비에 한창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금보다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학교는 100% 온라인 수업에도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코로나 확산 추이를 예단하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학교 현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 학부모의 경제력과 관심도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하다.


"우리 반 33명 중에 5명 정도만 제대로 학습 진도를 따라오고 이해한 것 같아요. 최상위권 학생들만 인강(인터넷 강의) 효과를 본 거죠." 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에서 중3 담임(사회 교과 담당)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1학기 원격수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험을 쉽게 냈음에도 평균 점수가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20~30점대 학생들이 늘고 60점 이상은 받아야 하는 중위권 학생들이 대거 50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자기 통제와 집중력이 뛰어난 최상위권 학생은 원격수업이 학습 효과가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학생은 학습 과정을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원 2100명 대상 설문에서는 원격수업 중 학습 부진아 지도가 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교사가 74.4%에 육박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씁쓸한 얘기지만 그나마 학원이나 과외로 온라인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차이도 보였다"면서 "2학기에는 어떻게 하면 하위권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경기 C중학교 교사는 "수학에서 유독 무너지는 중위권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대면수업이었다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학생들이 수업의 부재와 원격수업 부적응으로 하위권이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돌봄이 미흡한 맞벌이 가정이거나 한부모 가정, 그리고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교육부가 지난 4월 말 전국의 학부모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한 결과, 49%가 원격수업에서 가정 내 학습·생활지도할 사람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촘촘한 교육복지 안전망 절실"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위기 학생을 관리하는 대응 체계가 제각각이어서 촘촘한 교육복지 안전망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커져 버린 학교의 빈자리에는 돌봄과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은데,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학생을 구제할 학교-사회 협력 대응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복지 전문가들은 학교 내에서 취약계층 학생을 지원할 전문 인력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중앙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1만1675개 초·중·고교 가운데 교육복지사가 배치된 학교는 1514개교로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교육복지사는 학교 안팎에서 심리·정서적 위기 청소년(아동)을 찾고, 긴급돌봄이 필요하거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학교 부적응 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은 "교내 교육복지사가 있는 경우는 복지사가 1대1 가정방문을 통해 위생용품, 식자재 등을 전달하고 안전을 확인했지만, 전담 인력이 없는 학교는 실질적인 학생 보호나 지도를 할 수 없었다"며 "코로나19로 아동·청소년의 안전과 학습권의 사각지대가 심각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일부 시도교육청에는 교육복지 전문 인력이 부재하고, 학교는 학교장·교사에 따라 가정방문 여부가 갈리는 등 지역·학교별 상황에 따라 위기 대응 수준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정부 사업별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학생 수요자 관점에서 교육과 복지 전달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최 협회장은 "교사, 복지사, 돌봄기관, 지역사회 등 여러 기관이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파편적인 정책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도 "코로나로 인한 휴교·학교 폐쇄는 광범위한 수업 결손으로 이어졌고, 그만큼 교육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모든 단위학교에서 학생별 교육 취약성 유형과 성격에 따라 지원 내용과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지역 각 기관을 연계해 전문 분야별로 통합 지원할 수 있는 학생성장지원팀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초학력문제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교육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관련 대응책은 그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교육당국은 두드림학교나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등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대상이 한정적이거나 시기가 한시적이고 자율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기초학력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교육계에서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진단하는 시스템 자체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별 기초학력 진단은 대상이나 방법에 있어 제각각이다. 일례로 서울은 올해 초3과 중1에 대해서만 기초학력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학년은 교사의 관심도에 따라 기초학력 위기학생으로 발견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실정이다.


반재천 충남대 교수가 최근 교육부 주최로 열린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대화'에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파악은 자율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초학력 진단과 보정을 저학년부터 조기에 실시하는 한편, 모든 학교에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지원 쳬계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기초학력진단평가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체 학생 대상으로 활용하되, 과거처럼 학교평가에 활용하지 말고 학생 성장 현황을 진단하도록 교사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쓰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일부 지역이나 학교에 한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기초학력 전담 교사'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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